세계보건기구(WHO) 194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외교관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2주간의 마라톤 협상을 마치고 사상 최초의 법적 구속력 있는 글로벌 팬데믹 협정 초안에서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 제11차 정부간협상기구(INB11) 회의는 병원체 유전자 정보 공유와 긴급 백신 배분을 둘러싼 오랜 선후진국 간의 대립을 해소했다.

2021년 말 코로나19의 참혹한 충격 속에 출범한 팬데믹 조약 제정 작업은 미래의 보건 비상사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영구적인 다자간 규범을 세우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제네바 본부에서의 진전은 향후 열릴 세계보건총회 특별 세션에서의 공식 채택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병원체 접근 및 이익 공유(PABS) 시스템의 역사적 타결

타결의 핵심은 제12조인 '병원체 접근 및 이익 공유(PABS)' 체계다. 잠정 합의에 따라 새로운 감염병 병원체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오픈 데이터베이스에 신속히 공유하는 국가는 실질적인 보상을 보장받게 된다. 해당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는 팬데믹 선포 시 긴급 생산량의 최대 20%를 WHO에 의무 할당해야 하며, 이 중 10%는 무상 기부, 10%는 원가 공급 형태로 저소득국에 제공된다.

회원국들은 또한 인간·동물·환경 생태계를 포괄 감시하는 '원헬스(One Health)' 감시망(제4조)의 문안을 확정하여 국가 주권 침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나아가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에 분산형 지역 필수의약품 비축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도 명문화했다.

“팬데믹 협정은 단순한 외교 문서가 아닙니다. 코로나19 당시 겪었던 백신 민족주의와 비극적인 불평등을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미래 세대를 향한 엄숙한 약속입니다.”

백신 제조 기술 이전 및 글로벌 재정조정 메커니즘 구축

보건 위기 시 개도국으로의 자발적 기술 이전과 지식재산권 유연성 보장을 담은 제11조에서도 괄목할 진전이 이뤄졌다. 저소득국의 연구소 역량 확충, 콜드체인 물류망 강화, 의료 인력 양성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다자간 재정조정 메커니즘'의 설립도 확정됐다.

INB 공동의장인 프레셔스 마초소(남아프리카공화국)와 롤랜드 드리스(네덜란드)는 회원국들이 보여준 정치적 결단력을 치하했다. 10월 중 비공식 실무단을 통해 기술 부속서 조율을 거쳐 연내 최종 조약 비준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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