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 들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가파른 속도로 둔화되며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공식 목표치인 2.0% 아래로 떨어졌다. 스페인 국립통계청(INE)이 27일 발표한 잠정 집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기준 스페인의 조화소비자물가지수(HICP)는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하는 데 그쳐, 8월의 2.4%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스페인 자체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연간 상승률 역시 전월 2.3%에서 1.5%로 낮아졌으며, 전월 대비로는 0.6%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급격한 물가 안정세는 전년 동월의 높은 기저효과와 맞물려 휘발유, 경유 등 차량용 연료 가격과 도매 전력 요금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유류비 및 전기요금 급락이 견인한 디스인플레이션

가격 변동성이 심한 미가공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8월 2.7%에서 9월 2.4%로 하락하며 안정 궤도에 안착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가 지나가면서 숙박 및 외식 서비스 부문에서 가격 인상 압력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를로스 쿠에르포 스페인 경제통상기업부 장관은 이번 지표를 적극 환영하며 에너지 비용 하락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회복시키고 유럽 단일 시장 내 스페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유로존 주요국 중 견조한 경제성장률과 가파른 물가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스페인의 인플레이션이 2%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우리 경제 조치의 성공과 가계 구매력의 빠른 회복세를 입증합니다.”

유로존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ECB의 10월 금리 인하 압박

스페인의 물가 수치는 다음 주 발표될 유로존 전체 집계의 신뢰할 만한 선행 지표로 평가받는다. 프랑스의 인플레이션 둔화와 더불어 스페인의 깜짝 물가 하락은 남유럽 지역의 물가 안정 속도가 프랑크푸르트 당국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시장에서는 INE 지표 발표 직후 ECB 정책위원회가 오는 10월 17일 정례회의에서 수신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확률을 80%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제조업 침체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유로존의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조기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비둘기파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Sources

스페인 물가 유럽중앙은행 유로존 경제 에너지 가격 카를로스 쿠에르포 소비자물가 통화정책